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조문객 없는 마지막 인사"…빈소 사라지는 대한민국 장례식장

홍주in뉴스

by 홍주인뉴스 2026. 1. 19. 20:01

본문

반응형

[특집 기획] 무빈소 장례 확산의 명암

조용하고 간소한 추모 공간의 모습. 최근 확산되고 있는 무빈소 장례는 조문객 없이 가족 중심으로 조용히 치러지는 것이 특징이다. 홍주in뉴스

[홍주in뉴스 최윤경 기자  "혹시라도 부고를 알리면 괜히 부담만 드릴 것 같아서요. 가족끼리 조용히 보내드리는 게 고인의 뜻이기도 했고요."

충남 천안시에 거주하는 김모(58)씨는 지난달 홀로 살던 어머니(85)의 장례를 무빈소로 치렀다. 병원 영안실에서 입관을 마친 뒤 바로 화장장으로 향했다. 3일장을 지내던 전통적 장례 방식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빈소 절반이 사라진다전국으로 번지는 '무빈소 장례'

조문객을 받지 않고 가족과 가까운 지인만으로 조용히 치르는 '무빈소 장례'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수도권의 한 대형 장례식장은 2026년 현재 전체 장례의 절반을 무빈소로 진행하고 있으며, 이는 2024년 대비 약 2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청주의료원장례식장의 경우 무빈소 장례 비율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이던 202213.58%에서 2025년 말 17.66%4.08%포인트 상승했다. 전국 곳곳의 장례식장에서는 '무빈소 장례 160만 원', '간소화 장례 가능' 등의 안내 문구가 눈에 띄게 늘었다.

1인 가구 800·초고령사회구조적 변화가 부른 장례혁명

전문가들은 무빈소 장례 확산의 배경으로 급격한 사회구조 변화를 꼽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6년 현재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약 35%800만을 넘어섰다. 핵가족화와 고령화로 인해 조문을 받을 친인척과 지인이 줄어든 것이다.

고령화도 주요 요인이다. 2025년부터 대한민국은 하루 평균 사망자 1,000명 시대에 진입했다. 2030년에는 하루 1,300~1,400, 2040년에는 1,600명 이상으로 장례 건수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죽음의 일상화'가 진행되면서 장례에 대한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무연고 사망자도 급증세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무연고 사망자는 20203,136명에서 20213,603, 20224,842, 20235,415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2019434명에서 20221,102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조문객 없이 텅 빈 장례식장 복도. 무빈소 장례 확산으로 한때 조문객들로 붐비던 장례식장의 풍경이 변하고 있다. 홍주in뉴스

"장례비 절반으로"경제적 부담이 선택을 바꾸다

무빈소 장례를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부담이다. 일반 장례비용이 평균 1,500만 원을 넘는 반면, 무빈소 장례는 150~300만 원 선에서 가능하다.

비용 절감 요소는 명확하다. 빈소 사용료(150~300만 원), 접객비용(조문객 수에 따라 수백만 원), 식사 및 음료비(200~400만 원) 등이 모두 사라진다. 안치실 이용료(110만 원 내외), 입관실 사용료(30~50만 원), 화장비용(관내 10~12만 원) 등 최소 필수 비용만 지출하면 된다.

대전에 사는 이모(62)씨는 "형제들과 상의해 무빈소로 아버지 장례를 치렀다""3일간 조문객을 받으며 1,000만 원 넘게 쓸 여력이 없었다. 그 돈으로 아버지 추모 공간을 마련하는 게 더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의례 간소화가 추세"MZ세대가 바꾸는 장례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장례문화에 대한 인식 변화도 두드러진다. 형식보다 실속을, 허례허식보다 진정성 있는 추모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상조업계 관계자는 "2030세대는 '장례는 고인을 기억하는 방식'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한다""화려한 빈소나 많은 조문객보다 가족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에는 '미니멀 장례', '작은 장례식' 등 간소화된 장례 형태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친환경 장례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자연장(수목장), 친환경 유골함 사용 등 '가치 소비'가 장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제대로 된 이별 못해 아쉬워"무빈소의 그늘

하지만 무빈소 장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전통적 장례 의식의 사회적 기능이 약화된다는 지적이다.

종교학자 박모 교수는 "장례는 단순히 고인을 보내는 것이 넘어 유족의 슬픔을 사회적으로 위로받고 공동체와 연대하는 의례"라며 "무빈소 장례가 확산되면서 이런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무빈소 장례를 치른 일부 유족들은 "너무 급하게 보내드린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조문을 못 받아 고인에게 미안하다"는 후회를 토로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경제적 이유로 어쩔 수 없이 무빈소를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며, 공공 장례 지원 확대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무빈소 장례 확산 현황, 홍주in뉴

공영장례·장례복지 확대공공의 역할 강조

전국 지자체들은 무연고 사망자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가정을 위한 공영장례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서울시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무연고자 장례동행 서비스, 저소득층 장례비 지원 등을 시행 중이다.

복지 전문가들은 "장례는 인간의 존엄과 직결된 문제"라며 "경제적 이유로 제대로 된 애도를 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공공 장례복지 시스템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 진단: "다양성 인정하되 본질은 지켜야"

장례문화 연구자 김모 박사는 "무빈소 장례 확산은 사회 변화를 반영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도 "형식의 간소화가 추모의 의미까지 축소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족의 상황과 고인의 뜻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장례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하지만, 고인을 기리고 유족의 슬픔을 치유하는 장례의 본질적 기능은 유지되어야 한다""온라인 추모공간, 소규모 추모 모임 등 새로운 형태의 애도 문화를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변화하는 '마지막 인사'의 풍경

조문객이 북적이던 빈소는 사라지고, 가족만의 조용한 이별이 늘어나는 대한민국의 장례 풍경. 1인 가구 800만 시대,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은 우리에게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넘어 '어떻게 애도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무빈소 장례의 확산은 단순한 장례 형식의 변화를 넘어, 우리 사회가 죽음과 이별을 대하는 태도의 전환을 의미한다.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추모라는 것, 그리고 경제적 여건에 관계없이 모든 이가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번 취재는 말해주고 있다.

[취재후기]

이번 기획 취재를 통해 장례식장의 변화된 풍경을 직접 목격했습니다. 한때 3일장이 당연시되던 우리 사회에서 이제는 하루 만에 장례를 치르는 것이 낯설지 않은 시대가 되었습니다. 무빈소 장례는 개인의 선택이자 시대적 변화의 반영입니다. 다만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이들이 없도록, 그리고 간소화 속에서도 고인에 대한 존중과 유족에 대한 위로가 사라지지 않도록 사회적 관심과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