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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은 선물이었나" - 독립기념관장 해임이 던지는 질문

홍주in뉴스/오늘의 칼럼

by 홍주인뉴스 2026. 1. 20.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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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식 비평가의 오늘의 핫이슈]

"광복은 선물이었나" - 독립기념관장 해임이 던지는 질문

"광복은 선물이었나" - 독립기념관장 해임이 던지는 질문, 홍주in뉴스

역사관의 충돌, 그리고 150일의 농성

독립기념관 이사회가 김형석 관장에 대한 해임요구안을 의결했다. 재적 이사 15명 중 10명의 찬성으로 이루어진 이번 결정은 단순한 인사 조치가 아니다. 이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해석할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150일이 넘도록 농성을 이어온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눈물 어린 투쟁은, 역사가 과거의 유물이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정체성임을 웅변한다.

'선물'이라는 단어가 불러온 파장

김형석 관장은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광복은 연합국의 승리로 얻은 선물"이라고 발언했다. 이 한 문장이 왜 그토록 큰 파장을 일으켰을까?

역사적 사실로만 보면, 해방이 연합국의 승리와 연관되어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선물'이라는 표현은 전혀 다른 의미를 내포한다. 선물은 받는 자의 노력과 무관하게 주어지는 것이다. 이 단어는 독립운동가들의 헌신과 투쟁, 수많은 순국선열들의 희생을 지우는 효과를 낳는다.

안중근, 윤봉길, 유관순으로 대표되는 독립운동의 역사는 단순히 연합국의 승리를 기다린 것이 아니었다. 상하이 임시정부, 만주 무장투쟁, 국내 비밀결사 조직들의 활동은 한반도의 독립이 우리 민족의 염원이자 당연한 권리임을 세계에 알리는 과정이었다. 카이로 선언에서 한국의 독립이 명시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독립운동의 정당성이 국제사회에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뉴라이트 사관과 역사 해석의 갈등

김 관장의 발언은 소위 '뉴라이트 사관'의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이 역사관은 일제강점기를 '근대화의 기회'로 보고, 해방을 '외부에서 주어진 것'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학문적 관점의 다양성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관점이 '독립기념관'이라는 공공기관의 수장에 의해 공식 석상에서 표명되었다는 점이다.

독립기념관은 단순한 박물관이 아니다. 이곳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기관이며, 독립운동의 정신을 계승하고 교육하는 장소다. 관장의 역사관은 개인의 신념이 아닌 기관의 방향성을 결정한다. 뉴라이트 사관을 가진 인물이 독립기념관을 이끈다는 것은, 마치 채식주의자가 정육점을 운영하는 것과 같은 근본적 모순을 내포한다.

감사와 해임, 절차의 정당성

김 관장은 이번 해임요구가 "해임을 목적으로 부당하게 진행된 감사"라고 반발했다. 국가보훈부의 감사에서 적발된 14가지 비위 - 시설물의 임의적 종교단체 제공, 업무추진비 유용 등 - 가 과연 해임에 충분한 사유인지에 대해서는 법적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절차적 정당성과 실질적 정당성의 구분이다. 감사가 '표적 감사'였다 하더라도, 발견된 비위가 사실이라면 그 자체로 문제가 된다. 반대로 비위가 경미하더라도 역사관의 근본적 불일치는 해임의 실질적 사유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전자를 명분으로 후자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치적 논란이다.

정치 권력과 역사 기관의 독립성

이번 사태는 정권 교체와 함께 주요 문화·역사 기관의 수장이 바뀌는 한국 사회의 고질적 문제를 다시 한 번 드러낸다. 김 관장의 임명 자체가 전 정부의 역사관을 반영했다면, 이번 해임 역시 현 정부의 역사관을 반영하는 것 아닌가?

역사 해석에는 다양한 관점이 존재할 수 있지만, 독립기념관과 같은 국가 정체성의 핵심 기관은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 지점에 서 있어야 한다. '독립운동은 가치 있었고, 독립은 우리 민족이 쟁취한 것'이라는 기본 전제는 좌우를 떠나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공유해야 할 역사 인식이다.

150일 농성의 의미 - 후손들의 절규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150일 넘게 농성을 이어온 것은 단순히 한 개인의 해임을 요구한 것이 아니다. 이는 "우리 조상들의 희생이 '선물' 받기 위한 대기가 아니었다"는 절규이며, "역사를 제대로 기억하라"는 호소다.

광복회 이해석 회원(이재만 독립지사 후손)의 발언처럼, 이번 해임요구안 의결은 "대한민국 국가 정체성의 상징인 독립기념관이 드디어 정상화의 길로 나아가는 역사적 전환점"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진정한 정상화는 단순히 특정 인물의 교체가 아니라, 역사 기관의 정치적 중립성과 전문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의 문제다.

역사는 현재다

김형석 관장 해임 사건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명확하다.

첫째, 역사 해석의 다양성과 국가 정체성 기관의 책임성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둘째, 정권 교체 때마다 반복되는 역사·문화 기관 수장의 교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셋째, 독립운동의 역사를 어떻게 현재 세대에게 의미 있게 전달할 것인가?

"광복은 선물이 아니었다"는 당연한 명제를 확인하기 위해 150일의 농성이 필요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이러니다. 역사는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현재를 사는 우리의 정체성이며,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유산이다. 독립기념관의 다음 관장은 단순히 행정가가 아니라, 이러한 역사적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해임요구안이 최종 확정되기까지는 2~3주가 걸린다. 그러나 진짜 과제는 그 이후에 시작된다. 독립기념관이 정치적 논쟁의 장이 아닌, 민족의 자긍심과 역사 의식을 키우는 교육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우리 모두의 과제다. 전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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