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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의 징역 23년, 누가 '관운'의 무게를 측정하는가

홍주in뉴스/오늘의 칼럼

by 홍주인뉴스 2026. 1. 21.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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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식 비평가의 오늘의 핫이슈]

한덕수의 징역  23 년 ,  누가  ' 관운 ' 의 무게를 측정하는가, 홍주in뉴스

"100살까지 살아야 출소한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내려진 징역 23년형은 단순한 사법적 판단을 넘어, 대한민국 정치사의 아이러니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상징이 되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최장수 총리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인물이, '관운'의 정점에서 내란 방조라는 민주주의 최대의 적폐에 연루되어 사실상 무기징역에 가까운 형량을 받게 된 것이다.

숫자가 말하는 냉혹한 현실

77세의 나이에 징역 23. 수학적 계산은 간단하다. 형이 확정되면 한 전 총리는 100세에 출소하게 된다. 물론 가석방, 사면, 감형 등 여러 변수가 존재한다. 하지만 법원이 특검의 구형(15)보다 8년이나 무겁게 선고한 이유를 생각하면, 이는 단순히 '나이 많은 피고인에 대한 동정'으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80살에 육박하는 나이에 15년 구형이면 감옥에서 그냥 인생 끝내라는 이야기"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던 그 순간, 실제 형량은 이미 그보다 훨씬 높게 책정되어 있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법원은 한덕수의 내란 방조 행위를 '나이로 덮어줄 수 없는 중대한 범죄'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관운'의 정점에서 추락까지

한덕수는 누구인가. 두 차례에 걸쳐 국무총리를 역임하고, 누적 재임 기간으로는 민주화 이후 최장수 총리라는 기록을 보유한 인물이다. 재계, 국제기구, 정치권을 넘나들며 쌓아온 화려한 이력은 대한민국에서 '관운'이 무엇인지를 상징하는 케이스였다.

그러나 바로 그 '관운'이 그를 내란의 공범으로 만들었다. 법원은 "윤석열이 계엄 선포하러 갈 때 만류하지 않았다""비상계엄 필요성에 동의해 지지한 것"으로 판단했다. 더 나아가 "단순 조력자가 아닌 내란 실행을 도운 핵심 인물"이자 "내란이 성공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가담했다"고 봤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성공 가능성에 대한 기대'. 한덕수는 단순히 상황에 끌려간 것이 아니라, 계엄의 성공 가능성을 계산하고 편승했다는 것이다. 50년 가까이 권력의 중심을 오가며 익힌 정치적 후각이, 이번에는 민주주의를 뒤흔드는 반란에 대한 '베팅'으로 작동했다는 뜻이다.

나이는 면죄부가 아니다

일각에서는 "고령의 피고인에게 너무 가혹한 형량"이라는 목소리를 낸다. 하지만 이는 본질을 흐리는 동정론에 불과하다. 내란은 국가의 헌정 질서를 전복하려는 최고 수준의 범죄다. 그것도 국무총리라는, 대통령 유고 시 직무를 대행할 수 있는 헌법기관의 수반이 내란에 가담했다면, 그 죄의 무게는 일반 공무원이나 국민과는 비교할 수 없다.

더욱이 한덕수는 젊은 시절부터 쌓아온 경력과 지식으로 계엄의 위헌성과 반민주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인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윤석열을 만류하지 않았고, 오히려 비상계엄의 필요성에 동의했다. 이는 '무지로 인한 실수'가 아닌 '확신에 찬 범죄'.

77세라는 나이는 형량을 감면할 이유가 아니라, 오히려 더 무거운 책임감을 요구하는 요소다. 오랜 세월 국가 요직을 맡으며 쌓은 경륜과 판단력이 있었기에, 그의 선택은 더욱 용납될 수 없다.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묻다

한덕수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몰락이 아니다. 이는 대한민국 엘리트 권력층의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 수준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최고 학력, 최고 경력, 최고의 직위를 가진 이들조차 권력의 유혹 앞에서는 헌정 질서를 흔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충격적 사례다.

다음 달에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선고가 예정되어 있다. 61세인 이 전 장관 역시 15년이 구형되었고, 한덕수 판결의 선례를 볼 때 더 무거운 형량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윤석열 정권의 국무위원들이 하나둘 법정에서 중형을 선고받는 이 과정은,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스스로를 방어하는 면역 반응이다.

"100살까지 살아야 출소한다"는 문장은, 한덕수 개인에게는 비극이지만, 대한민국 민주주의에는 경고다. 권력의 정점에 있다 해도 민주주의를 배신하면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명백한 메시지다.

50년 관운의 끝은 교도소 철창이었다. 이것이 역사가 한덕수에게, 그리고 권력을 탐하는 모든 이들에게 남긴 냉혹한 교훈이다. 전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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