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부 분열하면 외풍 못 막는다" - 이재명 정부의 통합 메시지, 그 진정성을 묻다
"우리 내부가 분열하고 반목한다면 외풍에 맞서 국익을 지킬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꺼낸 이 한마디는 단순한 당부가 아니다. 신년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대통령이 가장 먼저 꺼낸 화두가 '내부 통합'이라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현 정부가 직면한 정치적 난제의 크기를 짐작케 한다.
대통령의 발언은 한일 정상회담 성과를 강조하는 동시에, 여야 정치권에 힘을 모아달라는 호소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 메시지가 울려 퍼진 청와대 밖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가덕도 피습 사건의 테러 지정 논란, 내란사건 특검의 결심공판, 그리고 고환율과 고물가로 찌든 민생 현장까지. 통합을 외치기엔 현실의 균열이 너무도 깊다.
외교 성과와 내부 분열, 엇갈린 시선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한일 정상회담에서 상당한 외교적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는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의 브리핑에 따르면, 경제협력 확대와 안보 현안에 대한 공조 방안이 논의됐다. 하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이 성과가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명확하다. 국내 정치가 너무 시끄럽기 때문이다. 여당 내에서는 한동훈 전 대표의 당 제명 논란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고, 야당은 정부의 경제 정책 실패를 지적하며 공세를 멈추지 않는다. 여기에 기획재정부가 "현 환율 수준이 한국 경제 상황에서 이탈했다"며 거시 건전성 조치를 고민하고 있다는 속보는, 민생 경제의 위기감을 더욱 증폭시켰다.
대통령이 "애써 거둔 외교 성과조차도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배경엔 바로 이런 국내 정치의 혼란이 자리한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외교 성과를 내부 통합의 명분으로 삼으려는 정치적 의도로도 읽힐 수 있다.
가덕도 피습 사건, 테러 지정의 정치학
또 다른 뜨거운 감자는 2024년 이재명 당시 야당 대표가 부산 가덕도에서 피습당한 사건의 재조명이다. 정부는 이 사건을 '테러'로 지정하는 방안을 사실상 결론 단계로 끌고 가고 있으며, 여당은 전면 재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테러 지정은 단순히 사건의 성격 규정을 넘어서는 정치적 함의를 갖는다. 당시 야당 대표였던 이재명을 공격한 행위를 테러로 규정하는 것은, 정치적 폭력에 대한 단호한 대응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현 정부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를 정치적 이슈화로 보며 재수사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시점 역시 의미심장하다. 내란사건 특검이 최종 구형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적 폭력과 법치주의에 대한 논쟁이 중첩되며 여론의 지형이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민생은 뒷전, 정치는 앞전?
정치권이 이념과 진영 논리에 몰두하는 사이, 정작 국민은 고물가·고환율의 이중고에 신음하고 있다. 설 명절을 한 달여 앞두고 수입 과일을 비롯한 농축산물 가격이 치솟으면서 장바구니 부담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거시 건전성 조치를 고민 중이라지만, 구체적인 대책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의성 산불을 언급하며 "초기 진화도 중요하지만 발생 자체를 막는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재난 대응뿐 아니라 정치적 갈등에도 적용될 수 있는 통찰이다. 하지만 정작 정치권은 '예방'보다 '사후 공방'에 더 익숙해 보인다.
통합의 메시지, 실천이 뒷받침되어야
"내부 분열하면 외풍 못 막는다"는 대통령의 경고는 분명 옳다. 국제 정세가 요동치고,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가 예고된 상황에서 한국의 국익을 지키기 위해선 내부의 단합이 절실하다. 하지만 통합은 구호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여야 정치권은 진영 논리를 넘어 민생과 국익을 중심에 놓는 실질적 협치를 보여줘야 한다. 정부 역시 외교 성과를 내세우는 것만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경제 정책 성과를 내놓아야 한다. 가덕도 피습 사건의 테러 지정과 재수사는 정치적 이슈화가 아닌, 정치적 폭력 근절이라는 명확한 원칙 아래 진행되어야 한다.
오늘 대통령이 던진 메시지는 정치권 전체를 향한 질문이기도 하다. 과연 우리는 분열을 멈추고, 진정한 통합을 이뤄낼 수 있을까? 그 답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증명되어야 한다. 국민은 더 이상 정치적 수사가 아닌, 실질적 변화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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