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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인뉴스] 홍주지역 막걸리의 원류, 홍주생막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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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지역 막걸리의 원류, 홍주생막걸리


막걸리! 민족의 애환과 서민의 굴곡진 삶을 대변한다. 막걸리에는 노동과 배고픔, 이웃 간의 정, 가족 간의 정이 묻어나 있기 때문이다.


막걸리에도 다양한 향과 오미가 엄연히 존재한다. 알코올 도수가 낮고 젖산균과 단백질이 풍부한 막걸리는 그 지역에서 나는 쌀로 고두밥을 쪄 맑은 물과 섞어 빚는다. 그래서 막걸리는 곧 그 지역의 쌀이고 물이다. 또한 지역에서 구하기 쉬운 재료를 첨가해 특별한 술을 빚기도 한다. 재료를 보면 그 지역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고급스러운 잔과 격식, 대단한 찬이 없어도 막걸리는 자신의 분위기와 풍경을 만든다. 그래서 기획한 것이 ‘홍주의 막걸리, 원류를 찾아서’ 이다. 거창한 것은 아니다. 어쩌면 사라질 수도 있는 홍주 지역의 양조장을 찾아 기록으로 남기고자 하는 것이다.


취재의 순서는 없다. 그냥 돌아다니며 눈에 띄는 양조장이 있으면 인사를 나누고 사진 찍고, 덕담 한마디 듣고…. 어차피 길을 나서면 막걸리가 보여줄 것이다. 향기 만으로 얼큰하게 취하고, 취하면 펼쳐지는 정 깊은 풍경들을 말이다.





첫 번째로 찾아간 곳은 홍성군 홍동면에 위치한 ‘홍주생막걸리’


입구에서부터 시큼털털한 누룩의 향기가 코를 자극했다. 강윤권 대표의 막걸리에 바친 그의 열정과 땀은 만만치 않다.


1990년 초반부터 서울탁주(장수막걸리)에서 막걸리 원료 기술자로 일하게 되면서 그와 막걸리의 인연은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고 했다.

홍주생막걸리 양조장의 하루가 열리는 때는 쌀을 씻고 밥 짓는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고두밥을 누룩과 섞은 후 깨끗한 지하수를 붓고 저어주는 것이 기본적인 제조법이란다.


“저희는 홍성군에서 생산하는 쌀을 원료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배합도 중요하지만, 막걸리는 기온에 따라 다르게 익기 때문에 수시로 온도 체크를 해야 합니다. 결국 계절과 보관 상태에 따라 맛이 다르게 느껴지는 겁니다”


열을 가하지 않아도 막걸리는 익으면서 보글보글 거품을 내는데, 누룩의 곰팡이가 쌀과 만나면 전분을 분해하고 젖산균을 생성시킨다. 이때 알코올과 이산화탄소가 생기며 술이 끓는다. 커다란 통에는 발효가 시작된 3일째의 모습으로 홍주생막걸리가 한창 발효 중이다. 막걸리는 발효가 시작된 지 3일 후에 거품이 가장 많단다.


“쌀로 15일 동안 숙성시킨 것입니다. 냄새 한번 맡아보세요. 다른 곳에서는 신 내가 나는데 저희 것은 향이 아주 좋습니다”


일반 막걸리는 유통기간을 늘리기 위해 따로 살균 처리를 하지만, 홍주생막걸리는 발효균이 살아 있는 그대로이기 때문에 유효기간은 생산한 후 15일이라고 한다.


술을 만드는 작업은 사나흘에 한 번, 술을 거르는 일은 매일 하기 때문에 한 달이면 40kg짜리 쌀 20자루가 막걸리로 변신한다. 그래서 보글보글 거품을 내며 발효 중인 막걸리가 항상 대기 중이다. 이때에는 온도가 고르게 유지되도록 기다란 봉을 이용해 수시로 저어준다. 하루 반 정도 숙성시킨 막걸리를 병에 넣어 판매하는데 작업에 들어가는 노력이 대단하다.


충청남도에 양조장이 약 300개 정도 되는데 100% 쌀로 만드는 곳은 20개 정도라는 강윤권 대표. 이유가 궁금해서 물으니, 기술자들이 옛날 밀가루로 만드는 기술만 터득해서 100% 쌀만으로는 막걸리의 맛을 내지 못한다고 귀띔한다.


사실 그렇다. 지난 1965년 정부의 양곡관리법에 따라 순곡주 제조 금지령으로 쌀 대신 외국에서 수입한 밀가루로 만들게 되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밀 막걸리이다.


쌀막걸리에 비해 단맛은 덜하고 신맛이 강하며 빛깔은 함량에 따라 누르스름한 빛깔을 띠었지만, 서민들의 사랑을 받은 것은 자명한 일이다. 하지만 밀 막걸리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일부에서는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발효와 숙성이 덜 된 제품을 생산하거나 일부 가게에서는 물이나 사카린을 섞어 판매하는 등의 폐단도 속출했다. 


그래서 막걸릿집은 항상 시끄러웠다. 물 타지 말라고. 싱겁다고. 하지만 이 또한 지난날의 풍경일 것이다.


문득 어린 시절 보았던 양조장 배달 자전거가 희미하게 떠오른다. 커다란 지금 자 이사(그때는 그렇게 불렀다)에 배달통을 7~8개 매달고 힘차게 달리던.


취재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사진을 찍자는데 한사코 마다하는 강윤권 대표. 그렇다. 뚝심이다. 그가 여태껏 살아온 삶 만큼이나 진하게 묻어 나는 막걸리의 향처럼, 장인으로서의 자부심과 그 자부심 속에 던져버린 막걸리의 투박함을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가 바란 대로 홍성을 대표하는 막걸리의 종가를 이루기를 응원한다.


[필자의 막걸리 ]


막걸리는 아무 때고 정겨운 이와

마주 앉아 주거니 받거니,

그러다가 딱 한 번 긴 한숨을 쉬며

가슴에 묻어둔

희미한 사랑의 그림자를 술잔에 담아,

술잔 속의 술을 한 번 보고,

조용히 술잔을 비울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술집 창문을 타고 흘러내리는 빗물이,

사랑했던 여인의 눈물처럼 애잔해 보여야

비로소 막걸리가 온몸에 젖어 드는 때이다.

그래서 거기까지다.

더 먹으면 큰일 난다. 


 

전용식 총괄 기자 jys@hongjui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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